K-POP에 영국 클럽이 들어왔다 — KiiiKiii의 ''404''가 1위를 찍은 이유

데뷔 10개월 만에 멜론 1위. KiiiKiii의 '404 (New Era)'가 UK 하우스/개러지 장르로 K-POP 차트를 뒤집은 이유와 5세대 K-POP 장르 다양화 흐름.

K-POP에 영국 클럽이 들어왔다 — KiiiKiii의 ''404''가 1위를 찍은 이유
K-POP에 영국 클럽이 들어왔다 — KiiiKiii의 '404'가 1위를 찍은 이유
K-POP

K-POP에 영국 클럽이 들어왔다 — KiiiKiii의 '404'가 1위를 찍은 이유

데뷔 10개월 만의 멜론 1위. UK 하우스/개러지라는 낯선 장르가 어떻게 K-POP 차트 꼭대기에 올라섰나.

2026.02.19 / K-POP / 7분 읽기

2026년 2월 10일 오후 10시, 멜론 TOP100 1위 자리에 낯선 이름이 올라왔다.

KiiiKiii. 데뷔한 지 채 1년도 안 된 신인이었다.

근데 장르가 더 신기했다. UK 하우스 / UK 개러지. K-POP 차트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이름이었다. 영국 지하 클럽 씬에서 나온 장르가, 한국 스트리밍 플랫폼 정상에 오른 순간이었다.

404가 뭔데 — 앨범과 곡 이야기

2026년 1월 26일, KiiiKiii는 두 번째 EP 'Delulu Pack'을 발매했다. '망상 꾸러미'라는 뜻이다. 뭔가 귀여운 이름 같지만, 컨셉은 꽤 진지하다. 멤버들이 현실을 초월해 시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든다는 세계관인데, Y2K 미학에 Gen Z 특유의 유머와 기묘함을 얹었다.

앨범 무드 포토에서 멤버들의 얼굴이 일상 제품들 위에 그대로 프린트된 채 등장했다. 지우개에도, 음료 캔에도, 신발 상자에도. '내가 어디든 침투한다'는 망상이 컨셉이 된 셈이다.

타이틀곡 '404 (New Era)'의 사운드는 그 컨셉을 제대로 뒷받침한다.

UK 하우스 / UK 개러지란?

1990년대 런던 언더그라운드 클럽에서 시작된 장르다. 미국에서 건너온 하우스 음악을 영국식으로 재해석한 것인데 — 비트가 더 복잡하고, 리듬이 '스윙(swing)'한다. 쭉 일직선으로 달리는 킥드럼이 아니라, 살짝 엇나가고 굴러가는 느낌. 베이스는 무겁게 흘러다니고, 전체적으로 클럽 그루브가 짙다. 크레이그 데이빗, 레드존, MJ 콜 같은 아티스트들이 이 씬을 대표했고, 이후 UK 팝과 R&B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.

'404 (New Era)'에서도 그 특징이 확실하게 들린다. 바운싱하는 코드, 묵직하게 전개되는 베이스라인, 레이어드 FX와 리버브 처리. 90년대 클럽 향수에 현재 사운드 디자인을 얹었다. 영국 클럽이 시간 여행을 한 것 같은 느낌이랄까.

프로듀서는 LDN Noise. 이름에서 이미 런던이 보인다. K-POP 팬이라면 이 이름에서 뭔가 떠올릴 수 있다. 샤이니의 'View', f(x)의 '4 Walls', EXO의 'Lucky One', 레드벨벳의 'Dumb Dumb' — 2010년대 중반 SM 레전드 댄스팝 트랙들을 만든 팀이다. 그 팀이 K-POP 신인의 두 번째 EP에 UK 개러지를 들고 왔다.

뮤직비디오는 감독 Byul Yun이 연출했다. 글리치로 깨지는 디지털 풍경, 폐허가 된 아케이드, 네온으로 가득한 골목. 멤버들은 Y2K와 미래적 느낌이 섞인 의상으로 그 안을 유영한다. '오프 더 그리드(off the grid)', 즉 시스템 밖으로 튀어나간다는 개념을 시각화했다.

KiiiKiii — 404 (New Era) 공식 뮤직비디오 KiiiKiii — 404 (New Era) MV | YouTube에서 보기

KiiiKiii, 이 그룹이 누구인가

Starship Entertainment 소속이다. IVE, MONSTA X, CRAVITY가 같은 회사에 있다. 2025년 3월 24일 데뷔했고, 첫 번째 EP 'Uncut Gem'으로 시작했다. 'Delulu Pack'은 불과 데뷔 10개월 만의 컴백이다.

Jiyu

리더 · 보컬 · 래퍼 · 댄서

2006.05.14 / 중학교 재학 시절 부산에서 스트리트 캐스팅

Leesol

메인 래퍼

2005.09.18 / 허스키 보이스가 시그니처

Sui

보컬

2006.04.10 / 본명 이수빈

Haum

보컬 · 래퍼 · 댄서

2006.11.14 / 본명 곽하음

Kya

보컬 · 막내

2010.12.18 / 본명 박지우 / 그룹 막내

'404 (New Era)'에서 라인 분배가 화제가 됐다. 5명이 18~23% 사이로 균등하게 나눠 가졌다. 한 명이 곡을 독식하지 않고 각자의 보컬 컬러가 골고루 드러난다는 점에서 팬들의 반응이 좋았다.

차트가 말해주는 것

발매 후 16일 만에 멜론 TOP100 1위. 2026년 신곡 중 최단 기간 1위 기록이다. 같은 회사 선배인 IVE의 신곡 'Chart Competition'을 넘어섰다는 점도 눈에 띈다.

KiiiKiii 404 New Era 차트 상승 추이 일러스트

뮤직쇼 수상 기록을 보면:

뮤직쇼 수상 의미
Show Champion 1위 KiiiKiii 역대 첫 뮤직쇼 트로피
Show! Music Core 1위 지상파 첫 수상
M! Countdown 1위 (6,450점) ATEEZ 'Adrenaline' 꺾고 수상 (2월 12일)

한 컴백에서 3개 뮤직쇼 1위. 신인 기준으로 꽤 묵직한 기록이다. 국내에서만이 아니다.

  • 해외 YouTube Music 주간 차트 1위 (1월 30일~2월 5일)
  • 해외 Spotify Korea 일간 차트 1위
  • 해외 Apple Music 인기 차트 1위
  • 해외 NME 100 진입
  • 국내 Bugs 일간/주간 차트 1위

UK 하우스가 K-POP에서 작동하는 이유

보통 K-POP 타이틀곡이 어떻게 생겼나 생각해보면 — 4박자 직선 킥드럼, 깨끗하게 정돈된 프로덕션, 훅(hook)에서 폭발하는 에너지, 그리고 군무. 공식이 있다.

'404 (New Era)'는 그 공식을 비틀었다.

항목 K-POP 전형 댄스팝 404 (New Era) — UK 하우스
비트 패턴 일직선 4/4박자 킥 싱코페이션 + 개러지 스윙
베이스 단순·반복적 무겁게 흘러가는(flowing)
에너지 곡선 버스→빌드업→드롭 전반부터 그루브 유지
클럽 지향 팝 라디오 최적화 언더그라운드 클럽 그루브
UK 하우스 개러지 장르 사운드 특성 일러스트

이 차이가 왜 중요하냐면 — 익숙하지 않아서 신선하게 들린다. 대부분의 K-POP 곡이 같은 틀 안에서 경쟁할 때, 다른 그루브를 가진 곡은 그것만으로 주목을 받는다.

5세대 K-POP 씬이 장르 다양성으로 가고 있다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. RIIZE가 'Emotional Pop'이라는 자체 장르 정의를 내세우고, TWS가 'Boyhood Pop'을 들고 나오는 것처럼 — 지금 신인 그룹들은 장르 정체성을 경쟁력으로 삼고 있다. "우리가 하는 음악은 이거다"를 먼저 정의하는 것.

KiiiKiii에게 UK 하우스/개러지는 그 정의에 해당한다.

물론 비판도 있다. 해외 리뷰어들은 LDN Noise의 과거 K-POP 히트작들, 특히 'View'나 '4 Walls' 같은 곡과 비교하며 "후렴구가 그만큼 강력하지 않다"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. 장르적 신선함과 대중적 폭발력 사이에서 어디에 설 것이냐는 질문이 남는다. 그게 나쁜 건 아니다. 한 그룹이 처음부터 모든 걸 가질 수는 없으니까.

이 1위가 의미하는 것

신인이 멜론 1위를 찍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. 더구나 UK 하우스라는 비주류 장르로.

그게 가능했던 건 여러 요소가 맞아떨어진 결과다. LDN Noise라는 검증된 프로듀서 팀, Starship Entertainment의 프로모션, Y2K 미학과 Gen Z 에너지를 잘 버무린 컨셉, 그리고 5명 멤버 각자의 보컬 컬러가 골고루 드러나는 라인 구성.

거기에 타이밍도 있었다. 5세대 K-POP이 장르 다양화를 본격적으로 실험하는 시점에, 국내 대형 플랫폼에서 UK 하우스가 통했다는 것 — 이건 KiiiKiii 한 팀의 이야기가 아니라 K-POP의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는 신호다.

KiiiKiii가 다음에 어떤 장르를 들고 올지, 솔직히 궁금해진다.